<특집> 교육부, 교과서 한자 병기 결정…정권 바뀌자 슬쩍 폐기
한자, 꼭 익혀야할 우리말
동음이어 많아…‘함께 써야 구별 가능’
학부모 89.1%ㆍ교사 77.3% 교육 찬성
한자교육추진연, 국민 470만 서명 받아
韓ㆍ中ㆍ日 한자 문화권 시대 대비해야
신일권 기자 / 2019년 0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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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매일신문=신일권기자]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류병주 고문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 양백리에서 태어나 1963년 죽도동에서 ‘창신한약방’을 개원하여 57년간 운영해오고 있다. 1984년 고(故) 대평 이영태 선생과 포항유림회를 창설하고 한학 불모지 포항에서 한자 교육에 앞장서왔다. 2011년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고문을 맡아 한자 붐을 일으키기 위해 여든이 넘는 나이에도 서울과 포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류병주 고문을 만나 그간 한자교육 추진 현황을 들었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류병주 고문.
ⓒ 경상매일신문



한자를 배워야하는 이유
우리말의 어휘는 70% 이상이 한자 어휘로 되어 있다. 한글로만 쓰면 그 뜻을 알기 어렵다. 또 동음이어(同音異語)가 많기 때문에 한자를 함께 쓰지 않으면 의미를 구별할 수 없다. 동양의 전통문화는 그 바탕이 대부분 한자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뿐 아니라, 동양의 전통문화를 올바로 이해하려면 한자는 기초지식으로서 꼭 필요하다.

한자는 우리나라 현실 문화생활에 있어서 엄연히 한글과 더불어 국어(國語)인데, 의무교육 과정에서 한자를 교육하지 않는다는 것은 큰 모순이다. 현재 신문이나 TV자막 간판 등에 한자가 쓰이고 있는데, 초등학교 학생들은 그것을 읽을 수 없는 교육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면 이는 오로지 정부의 책임이다. 현실로 사용되고 있는 문자는 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정상교육과정에서 마땅히 교육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의 젊은이들이 부모의 이름은 고사하고 자신의 이름도 호적에 올라져 있는 대로 쓰지 못하는 이가 많을 정도로 반문맹의 문자생활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는 경제위기보다도 더욱 심각한 문화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한·중·일의 동북아권시대 곧 한자문화권시대에 대비하고 그 주도권을 행사하려면 초등학교부터 단계별로 한자를 적극 교육해야 할 것이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의 활동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는 1998년 11월에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단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글 전용 교육을 해온 우리 체제를 ‘한글과 한자를 병용하자’는 것이 단체의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1969년 ‘교과과정 개정령’을 공포하면서 교과서에서 한자를 삭제했다. 1972년에 한문교육을 위한 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교육용 기초한자 1800자를 발표하고, 중·고등학교 한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여 년 전에 출범한 단체는 우리나라의 한자부활운동을 펼치고 있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는 2002년 역대 교육부 장관 13명을 설득해 정부에 ‘초등학교 한자교육의 실시를 촉구하는 건의서’를 제출하도록 했고, 또 역대 국무총리 전원(23명)이 초등학교 정규 교육 과정에서 한자교육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대통령에게 제출(2008년)하도록 했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모두가 한자교육 지지에 서명했다. 이들의 활동이 활발해지자 교육부 산하 기관에서 여론조사를 했다. 교육과정평가원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학부모의 89.1%, 교사의 77.3%가 한자교육에 찬성했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는 한자교육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여 2011~2014년 동안 전국 국민 470만명에게 서명을 받았다. 2014년 7월 이러한 활동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초등학교 한자교육 실시’ 결정이 내려졌다. 교육부는 두 달 뒤 ‘문·이과형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하면서 ‘초등학교 한자교육의 활성화 방안으로 2018년부터 교과서에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년 동안 ‘초등학교 한자 교육’을 주장해온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간부들. 왼쪽부터 심재기 이사, 류병주 고문, 전광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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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초등 5~6학년 교과서에 한자 병기하기로 결정
2016년 10월 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준식(李俊植) 당시 교육부 장관은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에 적합한 200~300자 내외의 한자를 선정하고, 한문교육용 기본한자 1800자 중 추출해 교과서 밑단 또는 옆단 등에 표기하는 방안 등 조건을 제시하고 정책 연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2개월 뒤 교육부는 정식 보도 자료를 통해 ‘2019년도부터 초등학교 한자교육 부활’을 알렸다. 교육부의 2016년 12월 30일 보도 자료이다.

“그동안 초등학교 98% 정도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한자교육을 실시하고 있었으나, 적정 수준의 한자교육 내용과 방법이 없어 17개 시·도마다 한자 학습량과 수준이 다르다는 문제가 있었다. ‘한자교육’ 자체보다 초등학생 수준에 적합하면서 ‘학습 용어 이해’를 위한 교과서 한자 표기 원칙을 마련하게 되었다. 교육부는 공청회, 전문가 협의회, 학술대회, 한자표기 찬반단체 면담,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학계, 시민단체, 교사, 학부모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였으며… 초등 5~6학년 학습에 도움이 되는 기본 한자(300자)를 선별하고 단원의 주요 학습 용어에 한해 집필진과 심의회가 용어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300자 내에서 한자와 음·뜻을 표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가령 초등 5학년 과학 ‘태양계와 별’ 단원에서 ‘항성’의 경우, 각 한자의 뜻이 ‘항상 항(恒)’ ‘별 성(星)’으로, ‘항상 같은 곳에서 빛나는 별’이라는 학습 용어의 뜻과 가까워 ‘항성(恒星): 항상[恒, 항상 항] 같은 곳에서 빛나는 별[星, 별 성]’같이 밑단이나 옆단에 표기할 수 있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가 교육부에 발송한 ‘초등학교 한자교육 폐지’ 관련 공문서 사본.
ⓒ 경상매일신문




1년 만에 정권 바뀌자 슬쩍 폐기
2018년 1월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고 초등학교 한자 교육이 폐기된 것을 알게 됐다. 2018년 1월 10일에 배포한 보도 자료이다.

“교과서 한자 병기와 관련하여 찬반단체 면담과 광화문1번가, 국민신문고 등 다양한 의견 수렴, 현장 적합성 검토 결과 현행 ‘편찬상의 유의점’의 한자병기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정함. (중략) 현재 초등 교과서에 표기된 한자(총 22자)보다 더 많은 한자가 표기될 경우 관련 사교육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현장의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음.”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가 한자 300자 기준을 제시하면 사교육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아 정책을 폐기하게 됐다”고 했다.

교육부는 1년 전에 ‘공청회, 전문가 협의회, 학술대회, 한자표기 찬반 단체 면담,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학계, 시민단체, 교사, 학부모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초등 발달 단계에 적합한 한자 표기 기준을 마련하고자 정책 연구를 추진했다고 했다.

“1년 만에 국가 교육정책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180도 바뀔 수가 있는 것인가”

이후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는 김상곤(金相坤) 교육부 장관 앞으로 두 차례, 유은혜(兪銀惠) 교육부 장관 앞으로 한 차례 면담 요청을 했으나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오면서 초등 5~6학년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기로 했던 전 정부의 교육정책이 없던 일로 뒤엎어졌다. 학생들에게 기초 한자를 가르치는 것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갑자기 뒤바뀌어야 할 정치적 사안이 아니다.

중국 춘추시대 제자백가서의 하나인 ‘관자’에 “일 년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만 한 것이 없고, 십 년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만 한 것이 없고, 평생 계획은 사람을 키우는 것만 한 것이 없다(一年之計 莫如樹穀, 十年之計 莫如樹木, 終身之計 莫如樹人)”는 기록이 있다. 나라의 백년대계 중 가장 중요하고, 우선 시 해야 할 것이 바로 교육이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 바로 나라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는 밑거름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신일권 기자 / 2019년 0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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